연예계나 방송가를 소재로 한 작품이 이제는 너무도 흔합니다. 아니, 흔하단 표현으론 모자랄 정도로 많아요. 정말 너무 너무 많은데. 이중엔 당연히 좋은 작품도 있고 별로인 작품들도 많아요. 재밌는건 좋은 작품들이라고 끝까지 보게 되진 않더라 이 말이죠. 뭐랄까, 어떤 한계를 느끼곤 합니다.분명히 재밌어요. 그런데 읽다보면 무언가 슬슬 피로해지고 다음 장이 궁금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글이 재미없거나 붕괴가 일어난 것도 아니거든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한번 정주행에서 벗어나면 다시 찾아보지 않게 됩니다. 왜그럴까를 고민하다보면, 결국 사건은 있지만 에피소드는 부족하여 어느새 좀 일종의 매너리즘 같은 걸 느끼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끊임없이 무언가 내용은 진행되는데 그것이 더이상은 재밌는 소설이 아닌 그냥 글자의 나열이 되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의무감으로 보게 되고, 결국 손에서 놓게 됩니다. 소설 케이팝 씹어먹는 천재 작곡가 오늘 소개드릴 케이팝 씹어먹는 천재 작곡가란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궤를 달리 하는 작품임에 분명합니다. 오히려 처음이 약간 건조하고 뒤로 가면 갈수록 에피소드의 맛이 살아나거든요. 좀 신기하죠? 보통은 처음이 재밌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완전히 반대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거죠. 짧은 서사, 완성된 인물, 크게 관심없는 가족사를 배경으로 주인공 송지음의 인생 2회차 음악 생활이 시작되는데요. 너무 흔한 설정이니 사실 어떤 감흥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표현력이 성근 느낌이랄까.. 무언가 흠뻑 빠지게 되는 그런 스토리가 부족한 느낌도 조금은 있었거든요. 하지만, 점점 더 재밌어집니다.이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어떤 작품이든 그 시작은 작더라도 회를 거듭하며 점점 더 재밌어지며 무언가 작품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게 굉장히 중요하고 또 어려운 일인데, 케이팝 씹어먹는 천재 작곡가는 이 어려운 걸 너무도 잘 해냅니다.속도감도 적절하고 이미 완성된 작곡가이지만, 이전 생에서 후회됐던 삶을 하나씩 바로 잡아가며(흔하죠?) 이번 생의 삶에서 같지만 전혀 다른 한 인간으로 다시끔 완성되어 가거든요. 이 과정에서 많은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데요. 이 에피소드들은 굉장히 매끄럽고 다른 비슷한 소재들의 작품들이 회를 거듭하며 힘을 잃어가는 것과는 반대로 점점 더 강한 흡입력을 자아내게 됩니다.음악이나 글이나 그런거 같아요. 심지어 사람의 감정도 그렇겠죠.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마음 속에 어떤 감정이 생기고, 이 감정과 글 그리고 시간의 화학작용 덕분에 흠뻑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거겠죠. 이건 너무 짧아도, 너무 길어도 안될거에요. 짧으면 빠져들지 못하고, 길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니.이런 시간의 조절은 재밌는 스토리와 함께 재밌는 글을 만드는데 있어 어쩌면 가장 중요한게 아닐까합니다. 그런 의미로 이신유 작가는 고수입니다. 제목만 보고 선입견 가지지 마시고 한번 진득하게 읽어보길 바랍니다. 음악이 있고 글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시간만 곁들이면 되겠네요.

재밌는 에피소드의 향연 그리고 시간이 만든 예술,케이팝 씹어먹는 천재 작곡가
네이버 블로그 · 2025년 3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