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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지옥에  빠진 한 남자의 인생소설, 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야구지옥에 빠진 한 남자의 인생소설, 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네이버 블로그 · 2025년 3월 28일

야구란 대체 뭘까요. 대체 무엇인데 이렇게까지 사람을 괴롭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땐 저도 야구 시즌이 다가오면 챙겨보기도 하고 국가대항전이라도 한다치면 맥주에 치킨과 함께 친구들이랑 재밌게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실 인간들이 하는 진짜 야구보단 만화책에서 보는 야구를 더 좋아하긴 했어요. 순간순간의 의미를 찾아보고 짐작해보고 그것이 맞아떨어지기라도 하면 정말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죠.그러다 어느새 시들시들 해지면서 안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야구가 지옥까진 아니었지만 어쨋든 좋은 기억들과 함께 인생의 일부분을 함께 했었습니다. 하지만, 소설 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의 주인공은 여전히 이 야구라는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웹소설 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 저주에 빠졌거든요. 밑도 끝도 없이 야구의 신은 말합니다. 어떤 타이거즈를 우승시키라고. 그러지 않으면 주인공의 삶은 30살을 넘어가지 못하고 다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며 반복된 삶을 살아가야하죠. 이제는 흔한 윤회 소설이긴 하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주인공 백호에게 있어 이 반복되는 삶은 재앙이자 저주 그 자체였습니다. 백여년을 야구를 하며 고군분투 해보지만, 야구란게 혼자만 잘한다고 되진 않으니까요.그렇게 많은 실패를 겪게 되고 그에게 실패는 곧 죽음이 아닌, 고등학생으로의 회귀였습니다. 다른 소설에선 이런 회귀가 굉장한 기회나 능력이 되곤 하지만 괴물 천재투수가 메이저리그를 찢음에서는 그것 이상의 모습들을 많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삶이 반복되며 내가 알던 사람들이 날 잊어가고, 또 반복해서 인연을 맺고 다시 또 잊혀지고. 어느덧 감정이 갈갈이 찢긴 주인공은 더이상 누군가와 '진짜'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려워하고 피하게 되죠. 심지어 부모님과의 관계에도 이런 모습이 적용되기도 했습니다.그렇지만, 야구는 해야만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잘해야 했습니다. 주인공에겐 특별한 재능이 없었거든요. 내구성 좋은 몸이 그나마 재능이라면 재능일까. 처음엔 고교야구에서 배웠고, 다음은 국내리그, 그후엔 메이저였습니다. 모든 곳에서 필요한 것은 지독하게 배워나갔고 인성은 파탄났지만 그럼에도 실력은 쌓여갔죠. 그렇게 드디어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넣어 결국 광주 타이거즈를 우승시키게 됩니다.드디어...드디어! 30살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고. 남들처럼 보통의 삶, 그리고 죽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어 너무도 기뻤지만 야구의 신은 보통 미친놈이 아니었거든요. 그 타이거즈가 이 타이거즈가 아니더라고요.주인공은 또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왔고, 끝인줄 알았더니 아직 자신은 시작도 못해봤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 야구팀인 타이거즈가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타이거즈였다니... 미친놈인가???이 소설은 여러모로 미쳤습니다. 내용의 치열함과 단단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재미라는 부분에서도 단연 압도적입니다. 더 미친건 작가인 것 같기도 합니다. 틈만나면 연참에 연참을 이어가면서도 쏟아져 나오는 글의 완성도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에게 굉장한 시련을 무지하게 안겨주고 그걸 보는 독자들의 호흡이 가파지는 모습에도 확고하고 단호한 자기 신뢰를 가지고 글을 이어갑니다. 정말... 안 볼 수가 없게 만들어버리니 어쩔 수가 없어요. 야구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는걸까요. 참 신기하고 또 신기합니다. 고고함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글을 이토록 잘 써도 되는 걸까. 홀로 고고한 느낌에 너무도 완벽한 명화를 대할 때 그게 무엇인지 선뜻 얘기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느껴지는 명작에서 오는 고고함. 감사합니다 작가님.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좋은 글을 써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