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버크 데보레는 대학생 자녀를 둔 50대 가장이다. 한때 제지회사에서 중간관리자로 20년 넘게 일했지만, 뜻밖의 인수합병으로 정리해고되며 2년째 실직 상태에 놓여 있다. 계속된 구직에 실패하자, 버크는 극닥적인 계획을 세운다. 그는 가상의 구인광고를 내고, 자신과 비슷한 경력을 지녔거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만한 스펙을 지닌 후보자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성 Devore의 미국식 발음은 “드보레”에 가깝고, 본인 의사에 따라 어원을 살려 “드보어”로 읽기도 하지만, 번역서 표기를 따른다 액스 저자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출판 오픈하우스 발매 2017.06.30. 해고는 살인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에, 노동운동이나 파업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구호가 떠올랐다. 우리사회에서는 이미 덜 절박한 이들이 외치는 과격한 레토릭으로 소비되어 버리기도 한 문장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수사나 비유로 사용되는 이 구호에 내포된 대립항 — 살인자와 희생자, 제도와 개인 — 을 하나의 이야기 속에 병치시키며, 은유로 존재하던 문장을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 활성화 하며 이 문장의 의미를 보다 설득력있게 전달했다. 주인공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고, 오랜 기간 재취업에 실패한 끝에 ‘살인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 계획을 세운다. 그는 억지스러운 부조리 앞에서,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나아간다. 이 지점에서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은 더 이상 은유로 머물지 않고, 현실 속의 서사로 치환된다. 살인은 해고의 상징이자 결과이며, 주인공의 손에 쥐어진 도구이자 자본주의 사회가 빚어낸 냉정한 논리의 연장선이다. 해고는 주인공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고, 그로부터 도덕성을 앗아갔다. 타인을 제거해서라도 다시 일터로 돌아가려는 절박함, 바로 그 해고의 결과가 이 이야기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소설 제목인 <액스(The Ax)>를 직역하면 '도끼'이지만,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르면서 사용하는 여러 흉기 중에 도끼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끼'라는 제목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식 표현에서 'get the ax'는 '해고당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axe jobs'는 구조조정을 뜻하기도 한다. 즉, 이 작품에서의 '도끼'는 단순한 살인의 도구가 아니라 해고, 제거, 폐기라는 사회적 폭력을 상징하는 중의적 장치다. 지금 이 사회는 가장 생산적인 사람들, 한창때의 사람들, 인생의 절정에 다다른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폐기 처분시키고 있습니다. 이게 미친 게 아니면 뭐겠습니까. - 도널드 웨이트레이크 <엑스>, p.104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화하면서 제목을 처음엔 직역 대신 <모가지>로 바꿔보려 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모가지가 날아간다'는 한국식 표현이 ‘해고’와 ‘죽음’의 이중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결국 영화 제목은 덜 선정적인 제목인 <어쩔 수가 없다>로 정해졌지만, '도끼'와 '모가지'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는 상징과 은유는, 이 작품이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서, 구조조정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한 한 인간의 생존을 그려내고 있음을 환기시켜 준다. 버크의 계획은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황당하지만, 그는 그것을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정하게 설계하고 실행해간다. 그는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그들을 제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살인을 방해하는 윤리적 갈등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액스> 감상 / 박찬욱 신작 <어쩔수가 없다 (2025)> 원작소설
네이버 블로그 · 2025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