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이 책은 왜 이리도 유명한 것인가..처음 책장을 넘겼을 땐 그저 궁금했고 중간부턴 의아했으며,저자의 마침 글을 읽을 땐 비로소 이해했다.주인공 ‘요조’라는 인물의 생애를진솔하게 담아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필자의 섬세한 필치와 깊이 있는 인간의 내면 탐구를 보여준다.아직 부족하지만 여러 책을 접해보면서 나의 취향을 이젠 알 거 같기도 하다. 밝은 분위기의 책 또한 좋아하지만 대체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아낌없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책이 좋다. 감정묘사가 섬세하면 섬세할수록 책은 새로운 시각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사람은 때때로 매우 복합적인, 아주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일순간 느낀 자신의 감정으로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이 책의 주인공 ‘요조’는 굉장히 솔직한 인물이다. 자신의 나약함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쉴 새 없이 자성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다. 첫 번째 수기의 시작 또한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이다. 하지만 자신의 사소한 치부들을 매번 가볍게 넘기지 못하고 상처받으며 괴롭게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며 “왜 저렇게 피곤하게 살지?” “너무 암울하다”라는 생각을 받을 수 있다. 부족함 없이 태어나 어쩌면 누구보다 순수하게 삶을 대하던 한 청년의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요조’는 인간의 기본적인 성질, 먹고살아야 한다는 인간의 성질에서 괴로움을 느낀다.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민과 그들을 지키기 위한 처세술, 스스로를 진심으로 드러내지 않고도 아무 탈 없이 지내는 관계들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사람들은 저것으로 괜찮은 걸까?’ ‘저것으로 충분한 걸까?’ ‘나만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들에 괴로워하는 걸까?’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이라는 것이 알 수가 없어졌고, 저 혼자 별난 놈인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엄습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웃 사람하고 거의 대화를 못 나눕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는 것입니다. p.17 그는 결국 자신의 음울한 면모를 감추기 위해 ‘익살’이라는 가면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익살이 가짜라는 것이 들통날까 두려워 항상 노심초사하며 자신의 정체를 들키게 될까 괴로워한다.요조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음과 동시에 단절되고 싶음을 느낀다. 연결되고 싶으나 고립되고 싶어 한다. 누구에게나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이해받고 싶다는 욕망을 간직한다. 하지만 그 욕망 따위는 아주 쉽게 좌절되리라는 것 또한 자각하고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 즉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매우 별종의 사람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함과 외로움.요조의 독백은 어딘가 모를 위로를 안겨준다.요조는 작은 고난에도 쉽게 휩쓸렸다. 허나 이겨내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도, 태도도 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조의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견뎌낸다. 그의 이겨내는 방식은 전혀 포용될 수 없는, 옹호 받을 수 없는 수단이었지만, 그저 연민으로 바라보았던 나의 시선이 어느덧 응원으로 전환되었음을 느꼈다. 세상이란 게 도대체 뭘까요. 인간의 복수(複數)일까요. 그 세상이란 것의 실체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무조건 강하고 존엄하고 무서운 것이라고만 생각하면서 여태껏 살아왔습니다만, 호리키가 그렇게 말하자 불현듯 “세상이라는 게 사실은 자네 아니야?”라는 말이 혀끝까지 나왔지만 호리키를 화나게 하는 게 싫어서 도로 삼켰습니다. p.93 요조에게 있어서 인간의 자격을 갖춘 인간이란 ‘세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인간.’즉, 진심을 다하지 않는 인간관계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세상의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넘겨버릴 수 있는 부끄러움 없는 인간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요조는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살아왔다고 전했기에 요조는 스스로를 인간의 자격이 없는 인간이라고 칭하고 있는 것이다.비합법적인 활동을 하고, 여자들과 문란한 관계를 갖던 친구 호리키가 번듯하게 잘 살아가는 모습이나,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도 별문제 없다는 듯 살아가는 요시코, 요조의 문제를 그저 돈으로만 해결하고자 했던 아버지와 주변 어른들(ex. 넙치)....